‘기죽고 초라한 머슴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브레이크 작성일08-04-30 02:20 조회3,337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여물 많이 줘야 밭가는 힘이 세지”
<土 曜 隨 筆> 수필가 최기춘, ‘기죽고 초라한 머슴들’
수필가 최기춘
요즈음 신문과 TV를 보면서 남몰래 한숨짓고 가슴아파한 날들이 많다. 나는 지난 2007년 12월, 34년의 긴긴 공직생활을 마감하였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항상 느낀 일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에서 받은 표가 여의봉이라도 되는지, 전권을 위임받은 것 같다. 당선자는 일단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이니만큼 그 정통성과 권위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여름밤 불빛에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정권이나 단체장들에게 빌붙은 언론인과 학자, 그리고 NGO들이 아무런 철학과 대안도 없이 공직자들에게 돌팔매질을 해대는 걸 보면서 남몰래 속을 태우고 한숨을 지을 때가 많다.
후덕한 주인이라면 머슴이 기죽고 초라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머슴한테 의시대거나 군림하려고 하는 주인은 아마 졸부 중에서도 가장 졸부일 것이다. 그런 주인이 아니고서는 머슴을 함부로 대하거나 기죽이고 초라하게 내몰지는 않을 것이다.
예수님 말씀대로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 말하면 공직자들을 향하여 과연 자신 있게 돌을 던질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언론인이나 학자 그리고 NGO들 스스로 자성해봐야 할 것이다. 임기가 정해진 정부 산하단체장들을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기에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주장한 탤런트 출신 Y장관의 주장은 정말 황당하다.
왜 직업 관료제를 채택했고, 정부산하 단체장들도 임기를 정하여 임명하겠는가? 그 취지를 곰곰 새겨봐야 할 것이다. 내가 공직자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공직사회가 무너지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고, 공직사회가 부패하면 사회 구석구석이 병들며, 공직자들이 복지부동하면 국가가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없는 법이다. 자명한 그 사실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 서른세 살 먹은 막내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쯤 4월 5일 식목일에 산에 나무를 심으려고 출근준비를 하는데, 쉬는 날 함께 탁구를 치기로 약속해놓고 왜 출근하느냐고 따지면서 억울한 생각도 없느냐고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반문하니까, 아버지는 비나 눈이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집에도 못 오고 비상근무하고, 밤에 잠을 자다가도 산불이 났다면 나가고, 그렇게 고생하지만 사회에서 아버지 직업을 크게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한데, 아버지는 그런 줄도 모르냐는 것이었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어린 아들의 마음이 기특하여 한참을 얘기한 기억이 새롭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그때는 크게 억울하다거나 속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들이 보릿고개에서 벗어나 살림이 윤택해지는 것을 보면서 긍지와 보람을 갖고 근무했었다.
그런데 요즘 정권이 바뀌거나 단체장이 바뀌면 공직자들을 마치 전 정권만 위해서 일한 정권의 시녀나 죄인취급을 하고 사냥터에서 잡은 노획물정도로 취급하는 자세를 보노라면, 어린 아들이 나에게 억울하지 않으냐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런 질문을 나만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금융감독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위원장에게 ‘공무원들에게 물들지 마라’는 주문을 했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대통령부터 이제는 좀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
그간 위정자들이나 양식 있는 학자들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해서는 직업공무원제도의 정착을 금과옥조로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취지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조직을 ‘철 밥통’ 운운하면서 매도하고 기존조직을 통폐합하고 숫자놀음으로 공무원 몇% 감원 운운하면서 공무원들을 주눅 들게 하고, 기를 죽이는 등 공무원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런 행태가 과연 국가발전과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타당한 일인가 아니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정권의 인기전술인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주인이 머슴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머슴은 주인을 위해 신바람 나게 일할 때 살림살이는 저절로 늘어나게 되리라. 그래야 주인도 행복하고 머슴도 긍지와 보람을 느낄 것이다.
▽ 최기춘 프로필 행촌수필문학회 회원 임실군청 과장 정년 퇴임
<土 曜 隨 筆> 수필가 최기춘, ‘기죽고 초라한 머슴들’
수필가 최기춘
요즈음 신문과 TV를 보면서 남몰래 한숨짓고 가슴아파한 날들이 많다. 나는 지난 2007년 12월, 34년의 긴긴 공직생활을 마감하였다. 공직에 있으면서도 항상 느낀 일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에서 받은 표가 여의봉이라도 되는지, 전권을 위임받은 것 같다. 당선자는 일단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이니만큼 그 정통성과 권위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여름밤 불빛에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정권이나 단체장들에게 빌붙은 언론인과 학자, 그리고 NGO들이 아무런 철학과 대안도 없이 공직자들에게 돌팔매질을 해대는 걸 보면서 남몰래 속을 태우고 한숨을 지을 때가 많다.
후덕한 주인이라면 머슴이 기죽고 초라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머슴한테 의시대거나 군림하려고 하는 주인은 아마 졸부 중에서도 가장 졸부일 것이다. 그런 주인이 아니고서는 머슴을 함부로 대하거나 기죽이고 초라하게 내몰지는 않을 것이다.
예수님 말씀대로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 말하면 공직자들을 향하여 과연 자신 있게 돌을 던질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언론인이나 학자 그리고 NGO들 스스로 자성해봐야 할 것이다. 임기가 정해진 정부 산하단체장들을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기에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주장한 탤런트 출신 Y장관의 주장은 정말 황당하다.
왜 직업 관료제를 채택했고, 정부산하 단체장들도 임기를 정하여 임명하겠는가? 그 취지를 곰곰 새겨봐야 할 것이다. 내가 공직자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공직사회가 무너지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고, 공직사회가 부패하면 사회 구석구석이 병들며, 공직자들이 복지부동하면 국가가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없는 법이다. 자명한 그 사실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 서른세 살 먹은 막내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쯤 4월 5일 식목일에 산에 나무를 심으려고 출근준비를 하는데, 쉬는 날 함께 탁구를 치기로 약속해놓고 왜 출근하느냐고 따지면서 억울한 생각도 없느냐고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반문하니까, 아버지는 비나 눈이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집에도 못 오고 비상근무하고, 밤에 잠을 자다가도 산불이 났다면 나가고, 그렇게 고생하지만 사회에서 아버지 직업을 크게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한데, 아버지는 그런 줄도 모르냐는 것이었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어린 아들의 마음이 기특하여 한참을 얘기한 기억이 새롭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그때는 크게 억울하다거나 속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들이 보릿고개에서 벗어나 살림이 윤택해지는 것을 보면서 긍지와 보람을 갖고 근무했었다.
그런데 요즘 정권이 바뀌거나 단체장이 바뀌면 공직자들을 마치 전 정권만 위해서 일한 정권의 시녀나 죄인취급을 하고 사냥터에서 잡은 노획물정도로 취급하는 자세를 보노라면, 어린 아들이 나에게 억울하지 않으냐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런 질문을 나만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금융감독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위원장에게 ‘공무원들에게 물들지 마라’는 주문을 했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대통령부터 이제는 좀 생각을 바꿨으면 한다.
그간 위정자들이나 양식 있는 학자들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해서는 직업공무원제도의 정착을 금과옥조로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취지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조직을 ‘철 밥통’ 운운하면서 매도하고 기존조직을 통폐합하고 숫자놀음으로 공무원 몇% 감원 운운하면서 공무원들을 주눅 들게 하고, 기를 죽이는 등 공무원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이런 행태가 과연 국가발전과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타당한 일인가 아니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정권의 인기전술인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주인이 머슴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머슴은 주인을 위해 신바람 나게 일할 때 살림살이는 저절로 늘어나게 되리라. 그래야 주인도 행복하고 머슴도 긍지와 보람을 느낄 것이다.
▽ 최기춘 프로필 행촌수필문학회 회원 임실군청 과장 정년 퇴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