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6개월]정책혼선·관치 부활… 위기대응도 ‘무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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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향신문펌 작성일08-09-08 09:30 조회3,18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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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5부 2처 통폐합 밀어붙이기 후유증 여전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며 조직개편을 통해 15부 2처를 출범시킨 지 6개월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는 ‘조직개편을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부처 통폐합은 효율성을 높여 일하는 정부로 만들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정부 구조라며 조직개편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과천 정부종합청사는 지금도 조직 통폐합에 따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통합 부처 사무실의 리모델링, 부처 로고 확정, 인터넷 홈페이지 개선 등도 최근에야 모두 마무리됐다. 과천 관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정책혼선으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경제와 금융분야는 물가폭등과 경기지표 급락에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된 ‘9월 위기설’에 시달렸고, 해양·정보기술(IT)·과학 등의 분야는 지난 6개월간 정부 정책이 사실상 실종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일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한 3~5월을 부처 통폐합에 따른 자리 배치와 인사로 허비했다”면서 “특히 통폐합당한 부처 출신 공무원들은 자신이 맡던 일의 비중이 작아지고, 인사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정책 혼선 거듭한 공룡부처 재정부=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통폐합과 관련해 “예산권을 가진 곳에서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다만 금융정책은 (기존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위원회에 넘겨주는 만큼 기획재정부가 공룡부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처와 재경부가 합쳐진 기획재정부는 매머드급 경제부처로 거듭나면서 다른 부처와 시장에 군림하는 일이 잦아졌다. 예산권과 경제정책권이 재정부에 쏠리면서 다른 부처들의 발언권은 대폭 축소됐다. 한국은행도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금리 문제를 언급하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고,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정책을 총괄하기보다는 부처간 조정 역할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재정부는 시장에도 개입했다. 강 장관과 최중경 전 재정부 1차관 등은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하기 일쑤였고, 고환율 정책의 부작용으로 물가가 치솟자 환율을 끌어내리겠다며 외환시장에서 수차례에 걸친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면서 “특히 시장 개입 수준이 높아 사실상 ‘관치경제’가 부활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 9월 위기설 키운 금융당국=금융시장에서 이른바 ‘9월 위기설’이 제기된 것은 올해 초부터였다. 그러나 정부는 효율적으로 대처하기는커녕 수수방관해온 게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제금융은 재정부, 국내금융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은 금융감독원이 나눠 맡으면서 정책을 총괄적으로 추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었던 탓이다. 원칙적으로 금융분야는 금융위가 전담해야 하지만 재정부는 권한을 금융위에 넘겨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금융 규제 완화에만 주력했고, 금융정책에 대한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금융 관련 법규를 일부 고친 것말고는 당초 구상했던 총괄 금융 업무 담당이라는 목표는 멀어졌다”고 말했다.
◇ 미래 전략수립도 부재=부처 통폐합으로 지난 6개월간 해양수산, 정보통신(IT), 과학 등의 분야는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국토해양부는 논란을 거듭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부동산 대책을 만드는 데 골몰했고, 지식경제부는 무역수지 관리,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 졸속 협상에 따른 파문을 가라앉히느라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이들 부처에서는 굵직한 현안을 제외한 미래 전략분야는 장관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산 관련 내용은 차관 선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장관이 모든 일을 챙긴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내에서 ‘비주류’로 전락한 피통합 부처 출신 공무원들은 사실상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특히 인사·총무 등 핵심 조직에 피통합부처 출신 공무원들이 기용되지 않으면서 사기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피통합 부처의 산하기관들은 구조조정 1순위에 올라 있다.
어촌어항협회는 농촌공사에, 해양수산개발원은 농촌경제연구원에 흡수통합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 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대규모 통폐합도 추진되고 있어 과학 기술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정부는 부처 통폐합을 하더라도 미래 전략 분야는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그러나 지원확대는 고사하고 되레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 출신의 지경부 관계자는 “부처가 너무 커지면서 정부가 돌봐야 할 정책 소외 분야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정부조직 개편이 또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률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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