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합치면 주민 불편 줄고 행정기관 군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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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일보 작성일09-03-17 09:28 조회3,18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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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상우] 정부는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행정기관의 군살을 빼기 위해 시·군 통합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통합에 필요한 절차를 규정하고 인센티브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이 없어 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도(道)를 없애고 전국의 시·군을 60~70개로 묶는 행정구역 개편 문제는 정치권과 지역 주민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돼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대신 생활권과 지역 정서가 비슷한 시·군의 통합을 적극 추진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시·군을 통합해 남는 인력과 재원을 복지·지역개발 등의 민생 분야로 돌려 지역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목포시의 인구는 24만5113명으로 무안군(인구 6만8757명)의 3.6배다. 두 곳을 합쳐도 수원시(107만 명)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시청·군청을 비롯해 소방서·선관위·보건소·경찰서·지역교육청이 모두 따로 있다. 시·군·구를 기준으로 설치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구나 산업 규모에 상관없이 경찰서장은 총경, 소방서장은 소방정, 교육장은 장학관으로 직급이 똑같다. 하나로 통합되면 경찰서장·소방서장·교육장 한 명씩만 있으면 된다.
행정안전부 윤종인 자치제도기획관은 “자치단체가 합치면 중복되는 예산·총무·인사 부서 등의 인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1998년 4월 여수시로 통합되기 전에는 시청·군청 공무원이 1942명이었으나 현재는 1658명으로 15% 줄었다. 여수소방서와 여천소방서가 합쳐지면서 277명이던 직원은 207명이 됐다.
충청대 남기헌(행정학) 교수는 “청주·청원 통합 논의가 10여 년째 원점에서 맴도는 배경에는 감투를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지방의원·단체장의 반대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득권 지키기'에 밀려 주민들이 통합하려 해도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기초·광역단체 의원 입장에서는 행정구역이 재편되면 작은 자치단체 출신은 당선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인구·재정 규모가 작은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흡수통합=지역의 정체성 상실'을 내세워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되는 지역의 직능·사회단체장들도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지역이 통합되면 공설운동장·문화회관·쓰레기소각장 등 공공시설을 함께 사용해 이중 투자를 막고 예산을 아낄 수 있다.
경북대 하혜수(행정학) 교수는 “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지만 열세 지역을 배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군 지역은 ▶화장장·쓰레기소각장 등 혐오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고 ▶마구잡이개발의 위험이 있으며 ▶농어촌 지역에 주어지는 세금 혜택이 없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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