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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살이·이혼·파산 … 공직자 횡령의 말로는 “패가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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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일보 작성일09-04-13 09:13 조회2,9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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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권호] 30곳 가운데 6곳.

최근 감사원에 횡령으로 적발된 기초단체의 비율이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론 어느 정도일지 우려된다”(감사원 문태곤 기획홍보관리실장)는 얘기가 나온다. 감사원이 전 지자체를 대상으로 비리 적발에 나섰고, 행정안전부는 빼돌린 공금의 5배를 물리는 '징계부가금'을, 서울시는 한 번의 비리로도 공무원을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나섰다. 일선 공직사회에 '횡령 태풍'이 몰아친 가운데 감사원이 '횡령, 그 이후'를 추적했다. 횡령이 적발된 이후 어떻게 사는지를 조망해 경각심을 주자는 차원에서다. 대상은 2004년 이후 현재까지 감사원에 횡령이 적발된 공직자 가운데 1억원 이상 빼돌린 14명이다. 그 결과는 “횡령하면 패가망신한다”(감사원 김영호 공보관)고 할 만하다.

◆공공 근로로 생계 유지=14명 모두 당시 직장에서 쫓겨났다. 1억여원 이상의 거액을 횡령한 까닭에 대부분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거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회에 나와서도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 부산의 한 공립 중학교 회계 담당 직원으로 근무했던 신모(당시 6급)씨가 대표적이다. 신씨는 2001년부터 3년간 141회에 걸쳐 1억46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적발 직후 파면된 신씨는 옥살이를 마치고 사회에 나왔다. 그러나 그가 일할 곳은 없었다. 신씨는 현재 부산의 한 동사무소에서 제공하는 공공 근로로 연명하고 있다. 한 달 버는 돈이 60만원 정도다. 신씨와 통화한 감사원 관계자는 “세상 다 산 듯 힘없는 목소리로 통화를 피했다”고 전했다.

가정이 깨지고 장기간 옥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3년간 2억원을 빼돌렸던 심모(당시 통일연구원 소속)씨는 파면되고 복역하는 과정에서 부인과 이혼했다. 재산도 거덜나 법원에 파산신고를 한 상태다. 14억1600만원을 빼돌렸다 2004년 적발된 전직 KAIST 교직원 정모씨는 현재까지 복역하고 있다.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올 초 전남도 기관감사에서 11억원을 횡령했다 적발된 장모씨는 셋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적발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그는 현재 출산을 기다리며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또 노원구에서 6년간 1억900여만원을 가로챘다 지난달 적발된 노모씨는 10개월 전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 중이었다. 당시 감사를 담당했던 한 감사관은 “두 사람은 명품 핸드백을 사 는 등 사치를 위해 횡령한 까닭에 아이들이 더 불쌍하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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