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소탕 '마무리 작전'에 걸려든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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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일보 작성일09-06-18 09:09 조회3,71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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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에 성매수 했죠? 출두하세요"
한국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06-18 02:51
서울 강북권 경찰서마다 1000명씩 북새통
카드 내역 훑어… "손쉬운 실적쌓기" 지적
'○○○씨는 성매수 혐의로 조사차 ○○경찰서로 출석하십시오.' 직장인 A씨는 지난 4일 경찰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순간 6개월 전 한 안마시술소에서 성매매를 한 뒤 카드로 결제한 일이 떠올랐다. 12일 점심시간 A씨가 찾은 해당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앞엔 같은 처지의 남성 10여명이 얼굴을 피한 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카드에 18만원이 떡 하니 결제돼 있지 않습니까." 경찰의 물음에 A씨는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납니다"라고 발뺌해 봤지만 결국 인정하고야 말았다. 경찰이 "정식 출석요구서를 집으로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초범은 '존스쿨'에서 교육만 받으면 된다. 전과도 안 남는다"고 다독였다.
최근 서울 강북권의 몇몇 경찰서에 고개 숙인 남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경찰서가 관내 성매매업소들의 지난 1년간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샅샅이 훑어 성매수 남성들을 줄소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안동 성전(性戰)'으로 성매매 단속의 선봉에 섰던 동대문경찰서의 경우 3월23일 '성매매 단속 100일 작전'이 시작된 이후 이런 식의 그물망 수사로 단속한 남성이 1,000여명에 달한다. 인근 혜화경찰서와 강북경찰서 역시 각각 1,000여명, 900여명의 '실적'을 올렸다.
강북권 경찰서가 이 같은 저인망식 단속에 나선 것은 실적 경쟁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대해 이 달 말까지 '성매매 단속 100일 작전'을 독려하고 있다. 단속기간 중 성매매 단속건수 당 0.6점, 단속인원 당 0.4점의 평가점수를 단속팀에 부여한다.
경찰청도 평소 자체 평가기준에 의해 성매수자 단속 2.4점, 성매매 알선자 단속 6점을 부여한다. 이 점수는 포상은 물론 인사 고과에도 반영될 뿐만 아니라 순위를 매겨 경찰 내부에 상시적으로 공개한다. 일선 경찰서들이 저인망식 성매수 남성 잡아들이기에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형 유흥업소가 적어 '단속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강북권으로선 실적 올리기에 과거 카드 결제 내역만한 '노다지'도 없다. 업소 1곳이나 성매매 여성 1명만 적발해도 수십 명의 남성이 줄줄이 걸려들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사용 내역을 들이밀고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열이면 열 모두 항복하고야 만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미성년자 대상 범죄를 제외한 초범의 경우 존스쿨 행을 선택하면 전과가 남지 않아 경찰의 실적 올리기 수단으로는 그만이라는 것이다.
반면 강남권 경찰서는 마음만 먹으면 관할 구역에 밀집해 있는 대형 유형업소를 급습해 금세 실적을 올릴 수 있다. 강남권 한 경찰서의 경우 이번 단속기간 중 카드 결제 내역 조사를 통해 소환한 남성이 200여명으로 강북권 경찰서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대신 대형 유흥업소 등 현장 적발자만 500여명에 달했다. 굳이 1년 전 카드결제 내역까지 훑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반영한 듯 현재 진행 중인 성매매 특별단속 실적 공개에서 서울 동북부의 경찰서들이 상위 5위권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과거 성매수자까지 발본색원하는 것이 성매매 근절의 근원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중구 동대문서장은 "아직도 장안동 일대에서 비밀리에 성을 사고 파는 업소가 단속에 걸려들고 있는데 이는 성을 찾는 남성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성매수자에 대한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실적 경쟁이 무리한 법 집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법은 물처럼 흘러가야지 무리수를 두는 것은 곤란하다"며 "한정된 시간과 인력을 강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대형 성매매업소 등 법의 관용의 테두리를 벗어난 성범죄 수사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06-18 02:51
서울 강북권 경찰서마다 1000명씩 북새통
카드 내역 훑어… "손쉬운 실적쌓기" 지적
'○○○씨는 성매수 혐의로 조사차 ○○경찰서로 출석하십시오.' 직장인 A씨는 지난 4일 경찰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순간 6개월 전 한 안마시술소에서 성매매를 한 뒤 카드로 결제한 일이 떠올랐다. 12일 점심시간 A씨가 찾은 해당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앞엔 같은 처지의 남성 10여명이 얼굴을 피한 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카드에 18만원이 떡 하니 결제돼 있지 않습니까." 경찰의 물음에 A씨는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납니다"라고 발뺌해 봤지만 결국 인정하고야 말았다. 경찰이 "정식 출석요구서를 집으로 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초범은 '존스쿨'에서 교육만 받으면 된다. 전과도 안 남는다"고 다독였다.
최근 서울 강북권의 몇몇 경찰서에 고개 숙인 남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경찰서가 관내 성매매업소들의 지난 1년간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샅샅이 훑어 성매수 남성들을 줄소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안동 성전(性戰)'으로 성매매 단속의 선봉에 섰던 동대문경찰서의 경우 3월23일 '성매매 단속 100일 작전'이 시작된 이후 이런 식의 그물망 수사로 단속한 남성이 1,000여명에 달한다. 인근 혜화경찰서와 강북경찰서 역시 각각 1,000여명, 900여명의 '실적'을 올렸다.
강북권 경찰서가 이 같은 저인망식 단속에 나선 것은 실적 경쟁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대해 이 달 말까지 '성매매 단속 100일 작전'을 독려하고 있다. 단속기간 중 성매매 단속건수 당 0.6점, 단속인원 당 0.4점의 평가점수를 단속팀에 부여한다.
경찰청도 평소 자체 평가기준에 의해 성매수자 단속 2.4점, 성매매 알선자 단속 6점을 부여한다. 이 점수는 포상은 물론 인사 고과에도 반영될 뿐만 아니라 순위를 매겨 경찰 내부에 상시적으로 공개한다. 일선 경찰서들이 저인망식 성매수 남성 잡아들이기에 발 벗고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형 유흥업소가 적어 '단속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강북권으로선 실적 올리기에 과거 카드 결제 내역만한 '노다지'도 없다. 업소 1곳이나 성매매 여성 1명만 적발해도 수십 명의 남성이 줄줄이 걸려들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사용 내역을 들이밀고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열이면 열 모두 항복하고야 만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미성년자 대상 범죄를 제외한 초범의 경우 존스쿨 행을 선택하면 전과가 남지 않아 경찰의 실적 올리기 수단으로는 그만이라는 것이다.
반면 강남권 경찰서는 마음만 먹으면 관할 구역에 밀집해 있는 대형 유형업소를 급습해 금세 실적을 올릴 수 있다. 강남권 한 경찰서의 경우 이번 단속기간 중 카드 결제 내역 조사를 통해 소환한 남성이 200여명으로 강북권 경찰서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대신 대형 유흥업소 등 현장 적발자만 500여명에 달했다. 굳이 1년 전 카드결제 내역까지 훑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반영한 듯 현재 진행 중인 성매매 특별단속 실적 공개에서 서울 동북부의 경찰서들이 상위 5위권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과거 성매수자까지 발본색원하는 것이 성매매 근절의 근원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중구 동대문서장은 "아직도 장안동 일대에서 비밀리에 성을 사고 파는 업소가 단속에 걸려들고 있는데 이는 성을 찾는 남성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성매수자에 대한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실적 경쟁이 무리한 법 집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법은 물처럼 흘러가야지 무리수를 두는 것은 곤란하다"며 "한정된 시간과 인력을 강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대형 성매매업소 등 법의 관용의 테두리를 벗어난 성범죄 수사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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