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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중심 집단적 노사관계 정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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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레이버투데이 작성일11-01-21 09:31 조회2,7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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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무원노조법상 공무원노조는 99개로 전체 조합원은 16만1천여명이다. 조직률은 54.1%에 달한다. 2008년 조합원은 21만5천여명이었는데, 2009년 10월 노동부가 옛 전국공무원노조에 ‘법상 노조 아님 통보’ 조치를 한 이후 조합원수가 감소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공무원에게도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제적인 기준”이라며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 개선을 권고했다. 진통 끝에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된 지 5주년이 지났지만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공무원노조들은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 회의실에서 ‘공무원노조법 시행 5주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 노사관계 5주년 평가와 향후 과제’ 발제에서 “공무원 노사 단체교섭 현황을 보면 단체교섭의 교섭창구 단일화·교섭쟁점 협의·단체교섭 진행을 통합 협약 체결 등 단체교섭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체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진 경우에도 조정제도를 활용해 분쟁을 해결하는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분쟁해결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공무원노조법에 의해 공무원 단체교섭이 가능한 단위는 행정부 1개, 헌법기관 4개, 지방자치단체 246개, 교육청 16개 등 총 267개다. 이 가운데 공무원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면 실제 교섭단위는 지난해 기준 222개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지자체 201곳 중 56곳만 협약을 체결됐다. 교육청은 16곳 가운데 6곳에서 협약이 체결됐고, 10곳은 교섭 중이다.

자율적인 단체교섭 운영 지체

전체 공무원노조의 대정부 단체교섭은 2009년 2월 교섭대표 창구단일화, 같은해 8월 단일 교섭요구안 확정 이후 교섭이 진행되다 민주공무원노조와 법원노조의 교섭위원 자격 문제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공무원노조 입장에서는 단체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진 경우에도 조정신청시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직권중재에 회부될 수 있어 조정신청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일부 교섭단위에서는 단체교섭을 통한 근로조건의 결정과 노사자율적인 노사관계 시스템 형성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노동계는 2009년 이후 노동부가 단체협약과 노조의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 “공무원 노사가 자유롭게 체결한 단협과 노조가 자율적으로 제정한 규약을 존중하지 않고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2009년 33개, 지난해 48개의 단체협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공노총이 2007년 대정부 단체교섭을 통해 체결한 단체협약 가운데 ‘정부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신장을 위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가칭) 공무원노동관계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법령·제도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토록 건의한다’는 조항까지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 조항이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근무조건과도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에 해당돼 공무원노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공노총은 시정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단체교섭 의제를 둘러싼 노사 간 마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합원 가입대상 논란 지속

공무원노조법과 관련해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는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조합원의 범위다. 공무원노조법은 6급 이하의 공무원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6급 중에서도 다른 공무원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거나 다른 공무원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김종기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지자체와 중앙부처의 5급 공무원은 계급적인 역할분담이 다른데도 무조건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전국 9천여개 학교의 행정실장은 5급부터 9급까지 똑같은 보직을 부여받고 있는데, 행정실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조 가입을 제약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와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위상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98년 2월 당시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공무원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1단계로 직장협의회를 설치하고, 2단계로 공무원노조를 허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되자 공무원직장협의회 조직원수는 2004년 16만명에서 지난해 4월 2만9천여명으로 줄었다. 공무원노조가 공무원들이 단결권을 행사하는 중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최근 연합협의회를 설립하고 기관장과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을 공무원직장협의회에 부여하는 내용의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김종기 위원장은 “직장협의회는 공무원노조를 설립하기 전 단계 조직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며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이 폐지되지 않고 있어 노조와 직협의 역할 정립으로 인해 노노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승룡 서울특별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책임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이제는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빠진 공노총·전국공무원노조
1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열린 공무원노조법 시행 5주년 평가 토론회에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국공무원노조는 토론자로 초청받지 못했고, 공노총은 토론자로 초청받았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공무원노동계를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두 조직이 참석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현재 공무원 노사관계가 어떤지 알 수 있다.

특히 2009년 10월 고용노동부가 해고자의 노조가입을 이유로 옛 전국공무원노조에게 '법상 노조 아님'을 통보하고, 전국공무원노조의 노조설립신고를 세 차례 반려하면서 공무원노사관계는 경색국면을 이어 가고 있다. 라일하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공무원노조법 자체가 노동조합 활동을 양성화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5년을 운영해 보니 애초의 우려대로 단결권이나 행동권은 말할 것도 없고 교섭권까지 뭐 하나 제대로 보장되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라 사무처장은 “정부는 절차상으로 하자 없는 통합노조의 설립신고를 세 차례하고 불법노조로 만들어 놓았다”며 “70% 넘게 올라간 노조조직률을 50%대까지 다운시켜 놓은 것만 봐도 정부가 공무원노조법을 악용해 자주적인 노조 구성 욕구를 어떻게 억압하는 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공노총 사무처장은 “과거나 지금이나 공무원노조법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요소가 크다”고 비난했다. 정 사무총장은 “(노사정위가) 공무원노조법의 주체인 공노총과 사전 협의도 없이 토론회를 기획해 참석하지 않았다”며 “토론 내용에도 공무원노조법에서 문제가 되는 조합원 가입 등 개선방안은 언급되지 않아 노사정위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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