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공무원들 “여당 파견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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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향신문 작성일12-01-30 01:38 조회5,11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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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승진 보장에도 거취 불투명
“정권 말에 누가 여당 파견을 나가고 싶겠어요.”
요즘 정부 각 부처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파견자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책 현안에 대한 당정 간 실무적인 조율 역할을 맡는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을 나가면 통상 승진이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꺼리는 정서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한나라당 정책위에 파견된 남진웅 국장이 복귀할 때가 됐으나 후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29일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어 고시 25회 이하의 주니어급에서 후임자를 찾고 있다”며 “지금 나가고 싶지 않아도 조직을 위해 누군가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파견은 승진코스여서 예전에는 선호하는 자리였지만 지금은 한나라당 개혁 움직임도 있고 정권 말이라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융위원회는 복귀가 예정된 유재훈 수석전문위원의 후임에 국장급들이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후임자가 없는 탓에 1년6개월 전 파견된 최희종 수석전문위원이 당분간 한나라당에 머물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 자리가 여당이 집권을 하고 1~2년이면 상당히 좋은 자리인데, 지금은 나오고는 싶지만 갈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인사시기에 1급 자리가 있을 때 나오지 못하면 국장급으로 다시 오는 경우도 있고 해서 다들 꺼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현 파견자가 그만둔다고 하지 않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상식적인 얘기지만, 정권 말에 그런 자리에 가는 건 누구나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돌아오면 1급 대우를 해주니까 좋긴 하지만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며 “갈 때도 형식상 사표 내고 가고 그대로 옷 벗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파견 중인 한 부처의 전문위원은 “지난해 4월에 파견 나왔는데, 통상 1년 정도 지나면 복귀하기 때문에 부처 인사에 따라 거취가 정해질 것”이라며 “복귀하려면 후임자가 있어야 하고 정권 말에는 당에 가려고 하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부처에서 인사를 내면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당의 수석전문위원은 형식상 소속 부처에 사표를 낸다. 대개 1년가량의 파견기간이 끝나면 승진해서 원래 부처로 복귀하기 때문에 공무원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자리다. 그런데 수석전문위원으로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부처 안에서 국장급이 움직일 자리가 감소하기 때문에 인사 구도 자체도 꼬이게 된다.
수석전문위원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최근 정치상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대통령 탈당설이 흘러나오고 여당이 총선에 불리하리라는 전망 때문에 상황이 복잡하다”며 “괜히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가 미묘한 상황에 .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당정협조 업무운영에 관한 국무총리 훈령은 수석전문위원이 파견되는 여당의 개념을 대통령이 당적을 가진 정당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탈당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했을 때 부처에서 파견된 수석전문위원들이 조기 정부 복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국장은 “당에 파견됐다가 정부로 돌아갈 때는 ‘승진 복귀’가 관례지만, 중도에 들어올 땐 자리가 곧바로 마련되는 것도 아니어서 차라리 나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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