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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에 빠지면 공무원 외상도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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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컷뉴스 작성일11-12-29 10:13 조회2,8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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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보다 먼저 눕고 빨리 일어서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 부처와 기구들을 통폐합시키거나 재배치했다. 그런데 임기 말 레임덕이 본격화하자 그동안 참았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굴러온 돌, 곁방살이 등 서러움도 많았고 소관 업무도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통폐합된 부처와 산하기관 곳곳에서 되돌려놓아 달라 원성이 자자하다.

정부 조직이건 기업이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부처가 큰 부처로 흡수통합되는 경우 관련 분야 예산이 줄고, 정책 순위에서도 밀리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의 요인이다. 때론 굴러들어 온 돌의 정치적 배경이 강해 큰소리 칠 수도 있고 정치적 현안에 따라 엎치락뒤치락도 벌어진다.

이런 불만과 요구들이 레임덕에 쏟아져 나오는 건 당연하다.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니 여권으로서는 관료조직의 도움이 필요하고 정부부처의 비위를 맞춰줘야 할 형편이다. 또 정권이 바뀔지 모르니 미리 그 부처는 통폐합으로 갈등이 심하고 업무추진이 어려웠다는 여론을 키워놓아야 다음 정권에서 개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류에 민감해야 한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서는 것이 어디 풀만의 운명이겠는가.

◇ 공무원의 집 없는 설움, 애비 없는 설움

국토해양부의 경우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첫째요, 그 다음으로 수자원 - 주택 - 교통 순이니 새로 합쳐진 해양 분야는 굴러온 돌에서도 잔돌 신세이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는 전국해양수산발전협의회가 ‘해양수산부 부활 전국 토론회’를 열고 해양수산부 부활 운동을 시작했다. 해양수산부가 없으니 정책집행과 지원에서 찬밥이 됐다는 주장이다.

과학기술부를 흡수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얽히고설킨 교육 현안에 붙잡혀 기초과학 분야가 찬밥 신세다. 교육과 과학기술을 합쳐 시너지를 극대화한다했지만 말이 좋아 시너지 극대화지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은 뒤로 밀리기만 한다는 불만이다. 가장 미래 지향적인 첨단의 과학기술 분야를 가장 보수적인 교육행정에 집어넣었으니 불 보듯 뻔한 결과이다.

2011 국정감사 자료(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에 따르면 현직 장,차관 중 이공계 출신은 단 2명(교과부 2차관, 소방방재청장)에 불과하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64%를 쓰고 있는데 이곳 4급 이상 간부들 중 이공계 출신은 23%에 그치고 있다. 이공계 출신 홀대라는 원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조사한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자 설문조사(민노당 권영길 의원)에서도 응답자의 75%가 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미흡하다고 답했다.

비슷한 예가 방송통신위원회이다. 정보통신 업계는 방송통신위가 종편사업 에 목을 매다 정보통신의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지 못했다고 한탄한다.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읽어야 한다고 해놓고 겨우 케이블 방송인 종편에 집착하다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방송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일인데 정보통신 쪽마저 규제와 통제에 골몰하니 시대에 역행만 하다 레임덕을 맞았다. 정부 기관 업무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도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보통신기술 분야 자체가 위험에 빠진 것을 놓쳐선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이 독자적인 분야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 스며들어 융합해야 한다면서 4개로 쪼개 흩어놓았다. 정보통신기술 연구개발은 지식경제부, 콘텐츠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정부의 정보통신기술 담당은 행정안전부가 맡아 왔다. 거기에다 통신망 정책은 방송통신위원회로 넘겨졌다.

그러나 막상 쪼개놓고 보니 정보통신기술의 관제탑이 사라진 꼴이 되어버려 하루하루 급격히 변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읽어내지 못한 채 IT강국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뼈아픈 반성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내부만 살펴도 IT를 맡고 있지만 하드웨어는 지식경제부로, 소프트웨어는 방통위와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뉘어져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국제 금융정책 역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쪼개져 있어 긴박한 세계 금융위기에 불안하기만 하다. 금융 감독 기능은 오히려 통합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감독권이 분산됐는데 하나는 공무원 조직이고 하나는 민간 특수법인이라 감각도 다르고 손발도 안 맞는다. 부실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며 뼈저리게 느낀 바이다.

◇ 중앙 공무원들의 밤참 외상거래 중지?

애당초 정부 부처 통폐합 작업이 철저한 연구 결과와 철학에 의해 시행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정부 조직을 줄여 알뜰하게 운영한다는 생색은 내야겠고, 방송통신위를 최시중 씨에게 맡기는 등 정치적 이해관계를 반영시키다 보니 마구잡이식 쪼개기와 땜질 작업을 했던 것이다.

조직이나 기구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제각각 유지해온 조직문화가 있어 내적인 측면까지 녹여 하나로 만드는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다. 정권 말기에 다시 부처 통폐합의 부작용이 있으니 원위치로 복귀시켜 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이것 역시 냉철히 해야지 정권 말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공직사회 불만 달래기 차원에서 신심 쓰듯 접근하면 또 엉망이 된다.

이런 국정의 혼란은 이름 지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국토해양부? 국토의 해양인지 국토와 해양인지 불분명하다. 그리고 바다와 땅은 다르다. 요트와 자전거를 한 공장에서 만드는 셈인데 이건 아니지 않나?

기획재정부도 재정을 기획하려는 것인지 기획과 재정을 담당한다는 것인지 애매하다. ‘사과먹기대회’를 ‘먹기사과대회’로 쓴 꼴이니 목적어가 뒤에 붙는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행정안전부, 행정을 안전하게 이끈다? 그것은 감사원 소관이다. 행정과 안전이겠다. 안전은 안전인데 무엇의 안전인지 목적어가 없다. 안전은 산업 안전도 있고 국토방위, 치안, 사법에 걸쳐 해당되는데 어느 안전일까? 아하, 경찰을 염두에 두고 안전이란 이름을 쓴 모양이다. 이건 두말할 것 없이 국가보안법 위반(?) 감이다. 북한 경찰의 옛 이름이 사회안전부, 사회안전성이다. 지금은 인민보안성이니 다행이지 하마터면 북한이 저작권 걸고넘어질 일이 아닌가.
정부부처 통폐합 당시 과천 정부종합청사 주변 식당들까지 혼란을 겪었다. 외상 거래하던 각 부처의 해당 부서들이 남아 있을 지 광화문으로 떠날지 알 수 없으니 외상거래 장부가 골칫거리가 됐다. 정부청사 인근 식당들은 정부 부처 각 과별로 외상 장부를 두고 공무원들 특근 때 야간 근무, 밤샘 근무 식사비를 달아 놓는다. 한 달에 한 번 과별로 서무 직원이 나와 결제한다.

그런데 부처 통폐합, 직제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진다는데 외상장부를 계속 유지할 수 없지 않은가. 당연히 단골식당들이 장부기입을 중단했고 업무추진비 카드 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은 자기 주머니에서 꺼내 썼다. 영수증 사후 정산? 중앙 정부부처 공무원은 식사비 사후 정산이 안 된다. 반드시 사전에 승인된 정부구매카드로만 먹을 수 있다.

통폐합 구설에 오르면 단골식당마저 이리 괄시하고 불신하니 부처 통폐합이 되면 그 설움이 오죽할까. 기자들은 때때로 식당 외상장부를 확인할 것, 거래중지가 시작하면 부처 통폐합이 본격화의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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