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12월 28일] 영혼이 없다는 공무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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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일보 작성일12-12-28 02:40 조회2,70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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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송년회에서 공무원들이 애용하는 건배사는 '남행열차'라고 한다. "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기 정부에 줄 잘 서자!" 각종 단체나 모임에서 회장을 새로 뽑는 것도 이 무렵인데, 말을 조금 바꿔 "남다른 행동과 열정으로 차기 회장 도와주자!"라고 외치면 박수를 받기 좋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설마 그런 건배사를 외칠까? 정권 교체기에 눈치나 보고 줄을 서려 하는 세태를 비꼬기 위해서 만든 말일 것이다. 어제 주요 인사가 발표된 인수위원회에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공무원들이 줄을 섰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공무원들은 정말로 영혼이 없는 존재인가? 2008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던 국정홍보처 간부가 윽박지르는 데 못 견뎌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한 다음부터 그의 고백은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공무원들을 비웃는 말이 됐다. 정권교체에 맞춰 논리나 행동을 바꾸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교육감이 바뀌면 교육철학도 바뀌어야 하니 공무원들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까?
그런데 이런 공무원사회에 '윤창중 효과'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역시 그런 사람이 잘되니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수석대변인 윤창중 씨는 그 언동에서 참여정부 시절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었던 양정철 씨와 이미지가 겹친다.
그를 기용한 데 대해 "인사 참 잘했다. 종북좌파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다. 박 당선인이 후유증을 설마 몰랐겠나?"하는 요지의 글까지 나오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었던 인명진 목사도 "절대 양보하면 안 된다. 지금 양보하면 앞으로 국정 어떻게 운영하겠느냐", "보수정권 됐으니까 보수논객 쓰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박 당선인은 인사의 기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 여러 가지가 무엇인지 다 알 수 없지만, 첫 인사가 잘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말처럼 이번 인사로 인해 오히려 이후 인사 때는 중도 또는 진보진영 인사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인사에서 중시되는 전문성에서는 공무원들이 가장 유리하다. 일상의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쌓은 공무원들이 도덕적이고 올바른 판단과 집행을 하는 자세를 견지하면 국가와 사회는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기존 업무에만 매달려 창의성이 떨어지는 경우, 공직이 서비스업인 점을 모르고 민간 위에 군림하려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과 문제점을 줄여나가면 공직자들은 여전히 국가와 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들려면 대통령, 장관으로부터 동료 선후배들이 진정으로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편입하는 것이 그르다고 전문적인 판단이 설 경우, 그 판단을 지켜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26년 전에 최규남 전 문교부장관(1898~1992)을 인터뷰할 때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장관은 흐르는 물과 같고 여러분은 물 바닥에 깔린 차돌과 같은 존재입니다. 차돌이 부동의 자세로 안정되면 언제든지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게 됩니다. 먼저 국가ㆍ사회를 생각하고 그 다음 다른 사람,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나를 생각하십시오."
스스로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사에 휩쓸려 전문성을 팔거나 왜곡하지 말고 애국가의 가사처럼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공무원의 도리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결국 우두머리들의 몫이긴 하지만.
그런데, 공무원들이 설마 그런 건배사를 외칠까? 정권 교체기에 눈치나 보고 줄을 서려 하는 세태를 비꼬기 위해서 만든 말일 것이다. 어제 주요 인사가 발표된 인수위원회에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공무원들이 줄을 섰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공무원들은 정말로 영혼이 없는 존재인가? 2008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던 국정홍보처 간부가 윽박지르는 데 못 견뎌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한 다음부터 그의 고백은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공무원들을 비웃는 말이 됐다. 정권교체에 맞춰 논리나 행동을 바꾸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교육감이 바뀌면 교육철학도 바뀌어야 하니 공무원들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까?
그런데 이런 공무원사회에 '윤창중 효과'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역시 그런 사람이 잘되니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수석대변인 윤창중 씨는 그 언동에서 참여정부 시절에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었던 양정철 씨와 이미지가 겹친다.
그를 기용한 데 대해 "인사 참 잘했다. 종북좌파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다. 박 당선인이 후유증을 설마 몰랐겠나?"하는 요지의 글까지 나오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었던 인명진 목사도 "절대 양보하면 안 된다. 지금 양보하면 앞으로 국정 어떻게 운영하겠느냐", "보수정권 됐으니까 보수논객 쓰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박 당선인은 인사의 기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 여러 가지가 무엇인지 다 알 수 없지만, 첫 인사가 잘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말처럼 이번 인사로 인해 오히려 이후 인사 때는 중도 또는 진보진영 인사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인사에서 중시되는 전문성에서는 공무원들이 가장 유리하다. 일상의 업무를 통해 전문성을 쌓은 공무원들이 도덕적이고 올바른 판단과 집행을 하는 자세를 견지하면 국가와 사회는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기존 업무에만 매달려 창의성이 떨어지는 경우, 공직이 서비스업인 점을 모르고 민간 위에 군림하려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과 문제점을 줄여나가면 공직자들은 여전히 국가와 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들려면 대통령, 장관으로부터 동료 선후배들이 진정으로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편입하는 것이 그르다고 전문적인 판단이 설 경우, 그 판단을 지켜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26년 전에 최규남 전 문교부장관(1898~1992)을 인터뷰할 때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장관은 흐르는 물과 같고 여러분은 물 바닥에 깔린 차돌과 같은 존재입니다. 차돌이 부동의 자세로 안정되면 언제든지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게 됩니다. 먼저 국가ㆍ사회를 생각하고 그 다음 다른 사람,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나를 생각하십시오."
스스로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사에 휩쓸려 전문성을 팔거나 왜곡하지 말고 애국가의 가사처럼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공무원의 도리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결국 우두머리들의 몫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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