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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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주정의 작성일13-12-19 11:03 조회2,7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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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경쟁자 압살 통한 공포 조성·존엄 극대화엔 ‘부메랑’ 필연박정희 정권 때도 측근들 맹종과 충성 경쟁이 몰락 불러 엊그제 휴전선 너머 북쪽에선 참으로 끔찍한 처형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있어온 관행이라고 하지만, 체포에서 재판, 처형까지의 사진과 소식이 낱낱이 공개되다보니 잔혹성의 체감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특별군사법정에 선 장성택 사진은 숨을 멎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38년 전입니다. 스위스의 국제법학자협회는 1975년 4월9일을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바로 그날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선 8명에 대한 사형 집행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되고 20시간 만에 이루어진, 인혁당 재건위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처형이었죠.
당시 1·2심 재판이 진행됐던 비상군법회의를 지켜보던 제임스 시노트 신부는 법정에서 “정의를 모독하는 당치 않은 수작” “공산주의 재판보다 더 나쁘다”고 비난했습니다.
‘신성한 재판정’ 운운하며 침묵을 요구하자 ‘여기는 그저 오물만 쌓인 곳’이라고 절규했습니다.
장성택은 고모부이자 최고권력자 김정은의 후견인이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과 함께 김일성 이후 흔들리는 북한 체제를 정비하고, 김정은 체제로의 이행을 관리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그도 유일체제 강화의 희생양으로 단칼에 날아갔습니다. 도대체 권력이 뭐길래…, 도전할 가능성만 있어도 뿌리째 뽑아 불태워버려야 안심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인혁당 재건위와 민청학련 사건을 함께 조작한 박정희 정권은 한 해 전 김대중씨를 일본에서 납치해 현해탄에 수장하려다 실패합니다.
김대중씨는 1971년 대통령선거에서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졌다”는 말이 돌 정도로 박정희 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투개표 과정에서 저지른 엄청난 부정에도 불구하고, 표차는 95만표였습니다. 대선 직후부터 그에 대한 제거 공작이 벌어졌습니다. 그때부터 1972년 말까지 중앙정보부가 생산한 사찰 보고서는 무려 1만1000여건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결국 김대중씨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유신헌법이 공포되던 1972년 10월 일본으로 사실상 도피합니다. 해외로 나가버렸는데도 유신정권은 그를 놓아둘 수 없었고, 결국 납치·수장 사건을 저지릅니다.
돌아보면,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선거 이후 지금까지 1년간 이 정권이 집요하게 한 일 하나가 있습니다. 다른 건 우왕좌왕, 갈팡질팡이었지만 이 문제만큼은 일로매진이었습니다. 문재인 죽이기였죠.
물론 국정원 등 정부기관의 선거부정을 덮기 위한 역공의 측면이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 집요함과 무모함을 보면, 그를 북방한계선(엔엘엘) 포기의 주인공으로 낙인찍어 정치판에서 퇴출시키려는 것으로밖에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차별로 주먹질하다가, 꿈틀거리기만 하면 ‘불복’이다 뭐다 하며 또 밟았죠. 대통령 후보였다는 죄로 그는 밟히면 꿈틀거리는 지렁이만도 못한 처지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실수를 유발하는 성과도 거두긴 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국가비밀인 회의록 유출과 정치적 악용의 문제만 남았지, 사초 실종이니 엔엘엘 포기니 하는 문제는 실체조차 없어졌습니다.
신경질은 더 심해졌습니다. 새누리당은 문제만 생기면 배후로 문 의원을 지목해 저주했습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했을 때도 그랬고, 양승조 최고위원이 ‘암살당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 답습’ 발언을 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지난 9일 유일호 대변인이 이른바 ‘대선 불복’의 배후조종자로 그를 규정하더니, 10일엔 민현주 대변인이 “지금 문재인 의원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헌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반역을 자행하고 있다”고 반역자로 몰았습니다.
11일엔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문 의원을 배후로 규탄했죠. 그날 새누리당은 의원 155명 전원의 이름으로 양, 장 의원에 대한 제명 등 징계 요구안을 접수시켰죠.
더 가관인 것은 새누리당이 12일부터 전국에서 열고 있는 규탄대회입니다. 양, 장 의원 망언을 규탄한다고 하지만, 칼질은 문 의원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자유총연맹이나 개신교계 한기총 등도 규탄 대열에 섰습니다. 14일 문 의원의 대선 회고록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 대해서도 ‘대선 불복’ ‘국민 역풍’ 운운했죠.
절대권력 앞에서 졸개들은 과도한 맹종과 충성 경쟁으로 권력자를 구렁텅이에 빠뜨리곤 했습니다.
이후락씨가 김대중씨 잡으려다 주군을 궁지에 몰아넣었고,
공화당과 유정회가 김영삼씨 잡으려다 부마항쟁을 불러일으켜 결국 유신정권을 몰락시켰습니다.
지난 1년은 이런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으로선 차기의 유력한 주자가 없다보니 더 너절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숙하던 문 의원을 본격적인 정치의 장으로 끌어냈습니다. 그를 발언하게 하고 행동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이 정권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단임인 박 대통령은 문 의원과 다툴 사이가 아닙니다. 영구집권을 도모했던 부친이 그랬던 것처럼 유력한 경쟁자를 제거하거나 억누를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반대로 그런 이들의 협력을 얻어 임기중 더 크고 많은 성과를 내려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걸 보면, 증오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거나, 제 욕심에 눈먼 자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이용만 당하는 것 같습니다.
마침 북쪽에선 온갖 장성택 규탄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공포로써 김정은 체제를 절대화하려는 겁니다. 마침 남쪽에서도 희한한 관변 규탄대회가 곳곳에서 열렸으니 참으로 공교롭습니다.
그러나 남쪽은 민주사회입니다. 앞선 경험에서처럼 그런 무리와 억지는 오히려 대통령의 코를 벨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앞선 불행에서 교훈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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